1. 기본권의 경합
(1) 의의
기본권의 경합은 동일한 기본권주체가 동시에 여러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에 발 생하는 문제다.
(2) 기본권경합의 해결방법
1) 경합하는 기본권구성요건들이 일반규범과 특수규범의 관계에 있는 경우
‘일반법에 대한 특별법우선의 원칙’ 또는 ‘보충법에 대한 기본법우선의 원칙’으로 해결
2) 그 외의 경우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또 침해이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중심으로 해서 그 제한의 한계를 따져보아야 한다”(95헌가16)
[2009헌마705등 – 국가복무원 복무규정 위헌확인 / 기각, 각하]수 개의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 여부
오늘날 정치적 기본권은 선거권(헌법 제24조),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국민투표권(헌법 제72조, 제130조) 등 참정권 뿐 아니라,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국가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정치적 활동을 총칭하는 것으로 넓게 인식되고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3조 제2항 등은 “공무원은 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의를 사용하여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정책의 수립·집행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공무원의 국가 정책에 대한 집단적인 반대·방해 행위는 국가 정책에 대한 공무원의 판단과 선호를 외부적 행위로써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면서 정치적인 내용과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 제3조 제2항 등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 제2항 등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주장을 표시 또는 상징하는 복장을 하거나 관련 물품을 착용해서는 아니 된다.”라 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치적 주장을 표시·상징하는 복장 등 관련 물품을 착용하는 행위는 복장 등 비언어적인 방법을 통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사 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 제2항 등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 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2) 집회의 자유 제한 여부
이 사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3조 제2항 등은 공무원이 ‘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 의를 사용하여’ 행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공무원의 집단적 의사표현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 사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 제2항 등은 정치적 주장을 표시·상징하는 복장 등 착용을 금지함에 있어 그것이 개인적인 행위인지 집단적 행위인지 묻지 아니하고 있는바, 만일 공무원이 집회를 통해 위와 같은 행위를 하려고 할 경우 이 사건 규정들에 의하여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규제로 인하여 수 개의 기본권이 동시에 제약을 받는 기본권 경합의 경우 에는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청구인의 의도 및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자의 객관적 동기 등을 참작하여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중심 으로 해서 그 제한의 한계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 있어 집회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이 사건 규정들이 공무원의 집단적 행위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그것 이 반드시 집회를 통한 행위를 상정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는 집회의 자유보다는 본 사안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고 침해의 정도가 큰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 한 제한 문제를 중심으로 판단하면 족하다 할 것이다.
(3)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제한 여부
공무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가 공무원의 근로조건과도 동시에 관련된 것일 때에는
이 사건 규정들에 의해 공무원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 디까지나 그러한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나타나는 간접적·사실적인 결과일 뿐이므로, 이 사 건 규정들에 의해 공무원의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이 직접적으로 제한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4) 평등권 제한 여부
이 사건에서 공무원이 비공무원에 비해 특별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는 이유는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지위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임이 명백하고, 그러한 특수성에 따른 정 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한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가지 헌법상의 요청에 대한 형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평등권침해의 문제는 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 문제로 포섭되 거나 환원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으므로, 평등권침해 문제는 따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5) 행복추구권 제한 여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포괄적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조항이며, 다른 구체
적인 개별적 자유권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권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 존재하 여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지는 아니한다.
(6) 검열금지원칙 관련 여부
헌법 제21조 제2항은 표현에 대한 검열금지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는데, 여기서 허용되지
않는 검열이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사전에 심사하여 그 발표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규정들 에 의해 직접 공무원의 행위가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규정들 과 검열금지원칙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